|
제목
|
[윤영미 회장 - 매경춘추 칼럼 연재] 주한 외국대사들의 사랑방
|
|
등록일
|
2025-09-16
|
지난 3월 한국수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뒤 거의 매일 주한 외국 대사들의 예방을 받고 있다. 대사들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엘리트이자 '각하(Excellency)'라는 존칭으로 불린다. 원래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에게 쓰는 호칭이지만, 주재국에서 본국 정부를 대표하는 대사 역시 최고의 예우를 받는다.
그들이 우리 협회를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경제외교 때문이다. 경제외교의 핵심은 수출 확대와 투자 유치이며, 협회 회원사들은 바이어이자 투자자다. 한국 시장과 연결되기 위해 각국이 수입협회를 중요한 파트너로 삼는 것은 자연스럽다. 협회 역시 해외로 수입 사절단을 파견할 때 해당국 대사들과 먼저 협의하고 수입박람회 초청, 글로벌 공급망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한다.
민간 외교의 강점은 유연성과 신속성이다. 정부 외교가 여러 제약을 받는 반면, 민간은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수입 기업들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 일종의 '민간 외교관'이다. 예컨대 호주에서 소고기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만 지불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생산자와 신뢰를 쌓고 현지의 제도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정확성과 약속 이행 능력이 높이 평가받으며 "한국 기업과 거래하면 걱정이 없다"는 국제적 신뢰가 쌓여 왔다.
지난 5월 발생한 브라질 닭고기 사태는 민간 외교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브라질 남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문제는 국내 닭고기 수입의 86%를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외식업계는 순식간에 큰 혼란에 빠졌다. 협회는 주한 브라질 대사관과 긴밀히 협력해 정부의 요구 사항을 신속히 전달하고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 결과 불과 한 달 만에 비발생 지역에 한해 수입을 재개하는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위기를 막아낸 숨은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민간 외교였다.
협회는 외국 대사들과의 협력뿐 아니라 우리 외교관들의 지원도 든든히 받고 있다. 수입 사절단이 해외로 나가면 현지 한국 대사들은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관저 만찬을 열어주는 등 묵묵히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국제 행사에 외국 대사를 초청할 때도 협회를 매개로 삼곤 한다. 실제로 2년 전 협회는 10여 개국 대사 내외를 초청해 국제농업박람회와 전국체전 개막식에 함께한 바 있다.
한국수입협회는 1970년 창립 이래 55년간 우리 산업화를 뒷받침해 왔다. 해외 원자재·부품·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공급망 위기 때마다 대안을 찾아 왔다. 국제원자재가격정보센터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며 기업들의 합리적 구매를 도왔고, 수입 사절단 활동으로 효율적인 공급처를 발굴해 왔다.
앞으로 협회는 각국 대사관과 해외 공관,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수입을 통해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상생의 무역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그것이 한국수입협회가 민간 외교의 허브로서 감당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 믿는다.
[매일경제 매경춘추 칼럼 바로가기]
|
|
첨부파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