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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회장 - 매경춘추 칼럼 연재] 식량안보 해답 공급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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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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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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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돌며 식품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세계 곳곳의 글로벌 육류 기업이나 대형 목장을 살펴보면 그 지분 어딘가에 일본 종합상사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점이다.
미쓰이물산,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등 일본의 대표 상사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일반적인 무역을 넘어 투자회사이자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실질적 주체로 자리 잡았다. 그들은 생산지 확보에서 물류·가공·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며, 전 세계 식량 흐름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었다.
이 중 이토추상사는 곡물과 식량의 안정적 공급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CGB(곡물 집하·수송물류), EGT(서해안 수출 엘리베이터), 캐나다의 돼지고기 생산 기업 하이라이프(HYLIFE), 호주의 분유 기업 버라푸드(Burra Foods) 등과 제휴했다.
이토추상사는 생산부터 물류, 가공, 수출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식품벨트를 구축하며 식량을 '안보자산'으로 다루는 투자형 무역 모델을 완성했다.
비슷한 흐름은 중국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의 WH그룹은 미국 최대 돼지고기 기업 스미스필드를 비롯해 유럽의 식량창고로 불리는 폴란드의 기업 중 75년 역사를 지닌 애니멕스까지 인수했다. 또 국영기업 COFCO(중국곡물그룹)는 싱가포르 상장사인 노블 애그리(Noble Agri)와 네덜란드의 니데라(Nidera)를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대규모 자본 투자와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통해 식량 수입국에서 '공급망 투자국'으로 체질을 전환했다.
두 나라 모두 식량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수입에만 의존하면서 공급망 주체로서의 역할은 미흡한 실정이다. 2022년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글로벌 식량안보지수(GFSI)에 따르면 한국은 39위에 머물러 있으며 일본은 6위, 중국은 10년 전 40위에서 25위로 수직 상승했다. 한국은 수입선 다변화에 머무른 채 원천지 확보나 공급망 투자에는 아직 소극적이다.
오늘날 식량산업은 통상적인 무역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산업이 되었다. 농축산업을 전통 산업의 변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 참여하는 투자형 무역회사 모델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기업이 선제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종합상사와 중국의 사례는 단순히 부러움의 대상만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식량안보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한국도 이제 '수입국'이 아닌 '공급망의 주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일차원적인 수입선 다변화가 아니라, 생산지 확보와 글로벌 식품 네트워크의 실질적 구축이 필요하다.
매년 10월 16일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정한 '세계 식량의 날'이다. 이제 식량은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지탱하는 전략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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